강태진
언론속의 강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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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칼럼] 게임산업의 패러독스
[매일경제] 인사이트칼럼 2012.08.15

청소년 게임 과몰입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공교육이 질타를 받은 지 오래이고 학생들의 미래가 불투명한 오늘의 현실에서 어떤 산업이 잘 돼 부만 축적된다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부의 축적에는 항상 페이오프(대가)가 따르고 이중성을 지니는 것이지만, 특히 게임산업이야말로 청소년의 미래를 담보한 독약일 수 있다.

지난해 한국 콘텐츠산업 수출액 4조4000억원 가운데 게임산업이 차지한 비율은 58%에 이른다. K팝과 더불어 K게임의 열풍을 실감케 하는 결과다. 이 열풍은 단순히 한류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의 대외 이미지 개선과 한국산 제품의 세계시장 확대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전 세계 어린이 대통령인 뽀로로와 이베이에서 개설을 추진하는 K팝 전문관이 그 예이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역사가 짧지만 초고속인터넷과 우수한 인재를 앞세워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2010년 우리나라 게임산업 종사자 수는 10만명에 이르렀으며 정부는 게임산업을 포함한 콘텐츠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게임산업의 발전이 게임 과몰입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서울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들에 따르면 인터넷게임 중독이 10대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나타났다. 이처럼 게임산업이 산업적 측면에서 아무리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해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부정의 너울을 쓰게 마련이다. 더구나 게임 과몰입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류 열풍이 사회의 이면에서 부작용을 일으킨다면 과연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진흥하는 것이 옳은지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숙제다.

지속 가능한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게임 과몰입 문제 해결 방안 제시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게임산업 육성과 조화시켜 추진해 그 부작용을 극소화해야 한다. 한 가지 더 보완책을 제시한다면 청소년들이 온라인게임을 계속해서 찾을 수밖에 없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다.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실린 암스테르담대학의 판 홀스트 박사의 연구 결과,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은 `중독(addiction)`과는 다른 현상이라는 지적을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은 맞지만 병리학적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중독`이라는 꼬리표를 달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처방보다는 정해진 특정 치료만 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경우 주위의 과도한 기대로 나타나는 학업 스트레스와 가족 간의 갈등도 원인이 되고 있음을 외면하면 안 된다. 중독성 있는 게임은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가상사회에서 타인과 협력, 경쟁함으로써 현실에서는 얻기 힘든 성취감과 사회성을 만족시켜주는 게임들이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청소년 성장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머리만이 아닌 몸 전체로 움직이는 것이다. 머리의 활용도 좌뇌에서 우뇌로 갔다가 이젠 전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나아가 몸 전체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팀 스포츠만큼 좋은 것이 없다. 성장기 학생들에게 스포츠의 규율과 준수 의무, 그리고 협동심 함양 등은 전인교육 및 청소년기 가치관 정립에 필수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학교체육을 활성화하는 한편 인터넷 게임이나 스포츠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게임이어서 융합이 가능한 방향을 모색해 건강한 게임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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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진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