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진
언론속의 강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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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칼럼] 글로벌 위기와 코리안 드림
[매일경제] 인사이드칼럼 2013.08.06

`위기`란 이탈리아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정의에서처럼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것은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찾아온다.

세계는 불확실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성찰을 시작으로 작금의 위기에 대한 논의에서 새로운 패러다임 출현을 기대한다. 이 때문에 나라마다 사회 변혁을 위한 강력한 무기로서 다양한 꿈을 국가적 비전으로 제시한다.

미국이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세계 질서를 주도한 데는 자유와 기회라는 보편적 가치를 실현해온 아메리칸 드림이 있었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동력이기도 하지만, 우주 개발과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과학 발전과 인류 삶을 진보시킨 힘이었다. 유럽에는 사회복지와 공동체 의식에 뿌리를 두고 지속 가능한 삶을 모색해온 유러피안 드림이 있다.

최근 중국 지도자 시진핑이 내건 `중국몽`이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몽은 가난을 벗고 서구처럼 물질적 풍요를 누리려는 13억 인구 개개인의 열망과 세계를 제패하고자 하는 국가적 열망이 뒤섞여 있다. 이로 인해 주변국들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게 될 중화 패권주의를 염려하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평화와 번영을 지키려는 `퍼시픽 드림`도 부상했다.

위기를 이겨낼 꿈은 우리도 절실하다. 우리 사회는 `비동시성의 동시성` 사회다. 다른 세대에 존재하는 사회적 요소들이 같은 시대에 공존하는 사회를 이른다. 유교적 사고와 산업화 시대 규범, 세계화와 디지털사회 같은 여러 세대가 혼재해 있다. 결국 세대와 계층뿐 아니라 한 사람 안에서도 다양한 가치와 규범들이 충돌하며 갈등하는 위기의 사회가 되었다. 경제 성장의 기적으로 주목받은 우리 사회는 이제 또다시 동시대의 세계적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비전을 선도할 가능성의 사회로 시험대에 올랐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청년실업을 들 수 있다. 성장이 정체되고 고용 없는 성장으로 청년문제가 심각하다. 정책과 처방이 쏟아지고 있지만 140만여 청년이 삶의 좌표 없이 표류하고 있다. 위로나 자기계발을 독촉하는 충고는 위기의 청년들에게 무의미하다. 청년들이 사회를 변혁하는 주체가 되어 위기에서 벗어날 결정적 단서가 무엇인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우선은 청년의 생활과 문화에 더 가까워지고 `코리안 드림` 같은 거대담론으로 소명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청년세대는 우리 사회가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신감을 갖고 기른 첫 세대이자 대중문화를 즐기며 자아실현을 목표로 성장했다. 그러나 생활은 어려웠으나 기회가 많았던 부모처럼 살 수 없게 된 세대다. 부모 세대의 판이한 경험적 조건과 기대 수준을 고집하는 데서 청년세대에 대한 몰이해와 단절이 생긴다. 따라서 청년 문화와 취향에 대한 관심사를 통해 소통하는 공존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청년문제는 글로벌화 소용돌이에 휩쓸린 거의 모든 나라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다. 질식할 듯한 시대 분위기에서 청년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개인주의와 경쟁의식으로 고립되고 파편화되어 있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일체감을 갖고 미래를 개척하려면 함께 꾸는 꿈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매혹적인 꿈이라도 열린 사회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신뢰와 법치를 바탕으로 한 공정시스템과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갖춰 놓고, 그 안에서 청년들이 도전정신과 성실한 노력으로 자아실현의 꿈을 성취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꿈은 사람, 과학기술, 문화자본으로 디지털 문명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한국 전통과 정신문화가 첨단과학기술 속에서 꽃피워 새로운 디지털 문명시대를 이끌 원대한 꿈이다. 우리에게는 과학과 대중문화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른 청년 인재를 비롯해 5000년 역사에 깃든 홍익인간의 이상과 문화자본이 있다. 여기에 축적된 과학기술이 디지털문명을 추동시켜 줄 것이다. 그리하여 안으로는 소통과 공평한 기회 속에서 사회적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밖으로는 전통문화와 첨단과학이 융화된 `디지털문명의 문화한국`으로 떠오를 것이다. 코리안 드림은 그렇게 시작되었으면 한다.

[강태진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