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진
언론속의 강태진

언론속의 강태진

"삼성·현대차 만든 건 工大 출신인데…"
[한국경제] 2011.03.20

"우리 때는 고등학교 이과에서 공부 잘하면 대부분 공대 갔어요. 우리 윗세대 '공돌이'들이 오늘날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만든 것 아닙니까. 다시 한번 그렇게 가야 진정한 선진국이 됩니다. "

강태진 서울대 공과대 학장(59 · 사진)은 "요즘 이공계 현실이 착잡하기만 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학장은 "이공계가 벼랑 끝에 몰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을 찾는다"며 씁쓰레했다.

그는 "고등학교 이공계 출신 가운데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 약대 한의대로 간다"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인력난이 심하다는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현대차만 해도 매년 고급 엔지니어 1000명을 채용하고 싶어 하지만 쓸 만한 인력이 없어 700명밖에 못 뽑는다고 해요. 현재 대졸자의 퀄리티(수준)를 감안해 기대치를 60% 수준으로 낮췄는데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

강 학장은 서울대 공대가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우수 이공계 인력을 공급해야 하지만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는 것.그는 "기업 CEO들은 왜 서울대 공대가 인재를 많이 키워서 보내주지 않느냐고 지적한다"며 "시중에는 구직자가 널려 있고 기업들은 뽑을 인재가 없는 인력 미스매치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 박사 과정이 3년째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은 원인으로 학부 정원 감축을 꼽았다. 5년 전 공대 학부 정원을 1400명에서 798명으로 줄이면서 대학원에 진학할 학생 수가 감소했다는 지적이다. 강 학장은 "서울대 정원이 수도권정비법에 묶여 있어 풀기 힘들다"며 "인원 확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조업이 뿌리를 잘 내리고 있을 때 다른 산업이 따라오는 구조가 바람직한 산업 생태계"라며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제조업을 지탱할 엔지니어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 · 중 · 고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 학장은 주문했다. 그는 "미국은 보잉사 등 대기업이 항공우주개발 분야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초등학교 교육때부터 참여해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준다"며 "이공계 대학원의 장학금과 병역 혜택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학장은 "지난 20여년간 이어져온 이공계 인재 수급불균형이 앞으로 20년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죽어라 다시 공부해 의학 약학 한의학 계열로 가봐도 별 것 없더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이공계를 우대해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학장은 서울대에서 섬유공학 학 · 석사 학위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섬유 고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장,한국섬유공학회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