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강태진
지난해 시작된 중동의 봄(Arabic spring)은 우리와 무관할까? 튀니지에서 촉발된 전례 없는 반정부 항의 물결은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를 휩쓸었다. 같은 시기 북아프리카의 물결은 중동의 예멘과 시리아로 확산됐다.
1980년대로 민주화 제3의 파도가 잦아들 듯싶었는데, 이제 제4의 물결이 파고를 높인 셈이다. 이런 반독재로 시작된 세계 질서 재편의 물결은 북한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북한이 더 이상 동토의 땅으로 남아 있기에는 봄의 새싹이 움트고도 남을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리아 스프링은 북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성격이 완연히 다르지만 우리가 안고 있는 모순은 또 얼마나 갈까 궁금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우리 문제는 바로 이른바 3불(불만ㆍ불신ㆍ불안) 세대 목소리 때문인데, 이로 인해 지식이 부딪치고, 세대가 갈리고, 권력이 부정되고, 사회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 문제, 고등교육자와 청년실업 문제, 비정규직 고용행태, 편향된 시민운동 등으로 코리아 스프링은 언젠가는 자체 모순으로 튀어오를 숙명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 재정에서 고등교육 투자 재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OECD 국가가 지불하는 GDP 1.1% 대비 절반에 해당하는 0.6% 정도다. 고등교육에 투자되는 나머지 비용은 고스란히 대학과 각 가정이 부담하고 있다.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는 상향 조정돼야 하지만 현재 일고 있는 반값 등록금 논란은 고등교육에 투자돼야 할 인프라스트럭처와 더 유치해야 할 고급인재를 희생하는 대가가 수반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2010년 기준 평균 등록금은 사립대학이 미국 3만달러, 한국 7200달러 수준이며 1인당 국민소득 차이(미국 4만6000달러, 한국 2만달러)를 고려하면 우리 대학 등록금은 미국 대학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반값 등록금 실현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리라는 기대 속에 또 다른 부작용, 다시 말해 교육환경의 희생이 수반될 여지는 없는지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
우리나라 고교 졸업생 중 79%가 대학에 진학해 비싼 등록금을 내고 졸업장을 받아든 뒤 투자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희망은 꺾이고 분노를 표출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25~34세 인구 중 58%에 이르는 대학 졸업자들에게 모두 정신노동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앞으로 대학 졸업자도 생산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일부 중소기업 생산 현장에서 찾기 어려운 고졸 출신 근로자 대신 대학 졸업자를 채용해 생산성과 품질에서 더 경쟁력을 갖추는 사례가 많아졌다. 젊은 시절 생산 현장에서 쌓은 고된 경험은 젊은이에게 더 큰 사람으로 자라나기 위한 큰 재산이 될 수 있다.
이제 불안을 딛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때가 되었다. 그 주역은 젊은이들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선진국의 평균 연령은 높아지고 있으나 지도자는 더 젊어지고 있다. 인구 코호트의 중심축이 아래로 이동하기에 청년층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앞으로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 보자. 과거를 반성하고 무한한 기회가 있는 새로운 질서를 찾아 희망적 뉴노멀이 지배하는 미래를 창조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에서 우리 청년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갖고 이들이 보다 자유롭게 활동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하루 빨리 갖춰야 한다. 코리아 스프링이 어느 한순간 튀어오르기 전에 사회 곳곳에 필요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게 국민이 합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젊은이들의 건전한 양식이 밑바탕이 되고 이들의 희생정신이 수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강태진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