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강태진
한국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2차 실패에 대한 원인 규명을 놓고 한국과 러시아 간에 이견이 노정되고 있는 가운데 3차 발사 시기가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는 염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만일 3차 발사도 실패한다면 국민 사기가 저하되고 정치적 부담도 뒤따르기 때문에 현 정부가 임기 안에 의도적으로 발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런 일이 있어선 결코 안 된다.
2차 발사의 실패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러시아 측과 한ㆍ러 공동조사위원회(FRB)를 구성하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4차 FRB회의를 개최했으나 정확한 원인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는 이미 지난달 말 정부가 밝힌 내용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실패 원인을 1ㆍ2단 분리 장치 오작동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러시아 측은 비행종단시스템(FTS) 오작동에 기인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양측 주장을 정략적으로 타협하는 수준에서 결론이 도출되어서는 안 되며 다양한 각도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필요하다면 검증을 위한 시험도 병행하여 기술적인 판단을 내려야 함은 물론이다.
3차 발사 추진 과정은 FRB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발사 일정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ㆍ2차 발사 시 경험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발사 일정에 구애 받지 말고 사전에 철저한 점검을 수행하여 신중하게 발사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3차 발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나로호 발사 점검위원회`를 구성해 사업관리, 상단부 시스템과 부품 성능 등을 철저히 점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나로호 발사는 사회적ㆍ정치적 시각을 배제하고 전적으로 과학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순수한 과학적인 문제에까지 정치적인 계산이 뒤따라서는 안 될 일이다. 앞으로 어떤 일정에 따라 실패 원인 규명을 마무리하고 3차 발사 준비를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것에 대해 국민 앞에 밝히고 협조와 이해를 구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