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진
언론속의 강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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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칼럼] 피할 수 없는 현실, 메가시티 서울
[매일경제] 인사이드 칼럼 2010.04.27

"수도권ㆍ지방 구분하는 전통적 이분법 벗어나 메가리전 시대에 맞춰 도시를 변화시키는 국가 발전전략 세워야"

1950년대 지구상에 인구 800만명이 넘는 대도시는 런던과 뉴욕 두 개뿐이었다. 그런데 2007년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인구 1000만명을 웃도는 메가시티 수가 25개로 늘었다.

올해 발표된 유엔 habitat 보고서는 이제 한없이 커지는 메가시티의 성장은 억제할 수 없으며 오히려 메가시티들이 서로 연계되면서 수백 ㎞터에 이르는 메가리전(Mega Region)을 이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메가리전은 중국의 홍콩~선전~광저우 지역으로 인구가 1억2000만명에 이르며, 우리의 이웃인 일본도 나고야~오사카~교토~고베 지역의 인구가 5년 후 6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인구 가운데 도시거주자 비중이 1950년에는 30%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도시권에 거주하는 세계 인구는 절반을 넘어섰다. 향후 메가리전의 확대로 2050년에는 70% 이상이 도시권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가리전 발달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바로 이러한 광대한 도시권역이 국가, 나아가서는 세계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현재 세계 40대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는 18%에 불과하지만 세계 경제활동 중 66%, 그리고 과학기술 창출 중 85%가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메가리전은 새로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자 성장의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메가리전은 중심도시와 위성도시의 단순 합계를 지칭하는 산업화 시대의 메트로폴리탄과 차별되는 개념으로 집적과 연계를 통한 경제적 효용성과 혁신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늘날의 지식기반사회는 휴먼네트워크와 교육, 산업 간 지식 이동이 자유로운 사회구조를 필요로 하며 메가리전은 이러한 변화를 담아내는 터전이 될 수 있다.

최근 이뤄진 세계 20개 메가리전의 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메가리전인 수도권은 경제적 번영 분야에서는 10위를 차지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노동생산성, 외국인직접투자, 연계성 등을 고려한 경쟁력은 10위권 밖으로 밀려 성장잠재력 분야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교통ㆍ통신의 연계성과 지식산업 인프라스트럭처가 미흡하며, 효율적인 컨트롤 타워 없이 지자체마다 자급자족형 개발을 추진한 결과다.

초고속 교통망, 온라인ㆍ모바일 통신망 확충을 통한 연계성 향상이야말로 메가리전의 새로운 경쟁축이자 경제적 번영과 지역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핵심요소라고 하겠다. 그렇게 되면 양질의 인적자원이 메가리전에 모여들고,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하며, 다시 메가리전의 외연을 확장하는 선순환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이제 성장전략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과거 50년간 고급 노동력을 바탕으로 선진국 기술을 빠른 속도로 전수해 우리 것으로 만들면서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지난 25년간 창조적 가치 창출의 대표적 인물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에 의한 기술혁신과 마케팅 혁신으로 세계 신경제를 이끌어왔다. 이제는 우리도 앞에서 이끌어 나가는 혁신적인 글로벌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 혁신을 이끌어갈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와 창의적인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는 메가리전을 형성해야 한다.

물론 메가리전 성장이 바람직한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도시영역의 확대로 새로운 빈민가가 형성되고 빈부격차가 심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교통 발달과 정보화 진전으로 일상생활과 기업 경제활동의 공간이 날로 광역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제 수도권ㆍ지방이라는 전통적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메가리전 형성이 21세기 글로벌 경쟁의 트렌드임을 인식하고, 양적으로 팽창하는 도시를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국가 발전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강태진 객원논설위원 / 서울대 공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