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진
언론속의 강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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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칼럼] 스마트폰시대 함께 사는 지혜
[매일경제] 인사이드 칼럼 2010.03.16

"개방과 공유라는 모바일시대 핵심가치를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구현해야만 진정한 IT강국될수있어"

우여곡절 끝에 작년 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한국에도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개막했다. 길을 가다가 들려오는 노래 제목이 궁금하다면 아이폰에 대고 방금 들은 멜로디를 흥얼거리면 노래 제목과 가수 이름은 물론 가사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체중 관리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아이폰으로 지금 먹으려는 음식 칼로리를 계산해 볼 것이다.

또 이제는 폭설 속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인 `서울버스`를 구동하면 수도권 전역 버스 위치와 도착시간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사용하다 불편한 점은 트위터를 통해 개발자에게 실시간으로 피드백된다. 아이폰이 바꾸어 놓은 우리 삶의 한 단면이다.

아이폰이 최초 스마트폰은 아니다. 또 단말기의 기술적인 측면만을 놓고 볼 때 결코 최고 제품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정형을 제시하며 시장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모바일 콘텐츠 장터인 `앱스토어(App store)`가 있다.

현재 앱스토어에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13만여 개가 등록돼 있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만을 공급하려 했다면 이처럼 방대한 콘텐츠 구축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이를 수평적으로 개방함으로써 확장공유형 모바일 생태계를 창출했다. 애플은 장터를 개설하고 개발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개자 노릇만 할 뿐이다.

자본과 인력이 없어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기획할 능력만 있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유통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무수히 많은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고, 또 이처럼 많은 소프트웨어로 인해 더 많은 사용자(그리고 개발자)가 모여드는 선순환이 진행되고 있다.

앱스토어는 웹 2.0 시대의 핵심을 정확히 반영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모아 보여주기만 했던 웹 1.0에 비해 웹 2.0은 콘텐츠 소유자나 독점자 없이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고 네트워크상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앱스토어 성공에 자극을 받은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과 통신사들도 앞다투어 개방형 모바일 콘텐츠 스토어를 설립했으나 선발주자들에 비해 아직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이는 그동안 위피(WIPIㆍ대한민국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 탑재 의무화 조치로 인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위피는 모바일 플랫폼을 표준화하여 하나의 응용프로그램을 국내 여러 통신사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2년 제정됐고 2005년 이후 국내 모든 이동통신 단말기에 의무적으로 탑재됐다. 그러나 이런 위피 탑재 의무화 조치는 다변화되고 개방화되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지 못했고, 결국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외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위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구현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한국 시장 진출을 주저하자 그 상황에 안주하여 국내 통신사들은 스마트폰 시장을 소홀히 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은 위피용 프로그램만 개발하면 되었기에 심비안, MS, OSX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플랫폼에서 구동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키울 필요가 없었다. 세계가 스마트폰에 열광하고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모바일 쇄국정책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년 4월 위피 탑재 의무화가 해제됨으로써 한국 스마트폰 시장도 본격 개방됐다. 국내 통신사들과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폐쇄적인 환경과 독과점적 지위에 대한 미련을 접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개방과 공유라는 모바일 시대의 핵심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IT 강국 위상을 회복해야 할 때다.

[강태진 객원논설위원 / 서울대 공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