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강태진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지구, 수많은 일로 시련을 겪는 지구, 우리에겐 너무나 큰 지구지만 태양계나 그 너머로 보면 칼 세이건의 말대로 하나의 작은 파리한 점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 지구지만 시름시름 앓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산화탄소(CO₂), 핵물질, 유전자 변형 등이 지구를 불안에 빠뜨린다. 그 가운데 CO₂는 소화기에도 사용되고 우리가 즐겨 마시는 청량음료의 원료로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최근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3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구속력은 없지만 지속적인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지구온난화의 허와 실에 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공감하지만, 인류가 전적으로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으로 나뉜다. 지구온난화로 인류가 큰 재앙을 겪을 것이라는 이들은 CO₂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활동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산업혁명 이전 280ppm이었던 대기의 CO₂ 농도가 현재는 380ppm으로 지난 200년 동안 약 35% 증가했다. 이에 반해 자연발생적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지구가 생긴 이래로 주기적인 온난기와 한냉기 그리고 북극해의 해빙과 결빙이 수없이 되풀이된 사실에 주목한다. 수십만 년 동안의 지구 온도 변화를 살펴볼 때 현재 지구는 온도 상승 시기며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CO₂ 농도가 증가하고 있을 뿐 인간의 활동에 의한 CO₂ 증가는 매우 적다는 것이다.
또한 온실가스 이외에 지구 기온을 변화시키는 다른 자연적 요인도 있다. 태양 흑점 수의 변화에 따른 태양 방출 에너지 양의 변화 그리고 지구의 공전 궤도와 자전축이 변화되면서 지구가 받는 태양에너지 양의 변화가 그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한 계산에 따르면 앞으로 짧게는 2000년 후부터 또다시 빙하기가 온다고 한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주장이 과학적인 증거와 논리에 바탕을 두지 않고 하나의 환경운동이나 사회운동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은 인간이 뿜어내는 CO₂가 북극곰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50년간 북극곰의 개체 수는 5배 증가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기후변화 여부나 최근 변화에 대한 우리의 책임 여부가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기후변화설로 막대한 비용의 공공정책이 유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정된 자원을 생각해 에너지를 절약ㆍ재활용함으로써 자원의 순환을 독려하며 환경을 보호해야 하지만, 엄청난 탄소세를 부과해 산업과 개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가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핵심 기술인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CCSㆍ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개발과 보급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향후 20년간 약 550조원의 세계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CCS 상용화 사업에 정부도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밝히고 있다. CCS 기술개발을 통한 기후변화 예방의 중요성에 대한 이견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CCS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대자연의 순환 앞에서는 그 효과가 측정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미미할 것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로버트 러플린이 주장하듯이 기후변화 문제는 지질학적 시간을 되돌아보며 고려되어야 하고, 지구는 인간의 활동과 상관없이 자구력이 있는 존재라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웰빙과 깨끗한 환경을 위한 `녹색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과연 기후변화까지 막아낼 수 있을지 그리고 비용에 합당한 결과가 얻어질지 과학적 분석에 의한 충분한 검증을 거친 후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강태진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공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