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진
언론속의 강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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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칼럼] 무상급식보다 중요한 미래준비
[매일경제] 인사이트 칼럼 2010.07.20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재정은 OECD 평균과 비슷한데 고등교육 투자액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학생들 미래 위한 투자 늘려야 "

초ㆍ중ㆍ고교 교육에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학생들의 지식을 늘려야 하고 신체도 건강하게 발달시켜야 하며 사회에 적응할 능력도 길러줘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런데 교육을 뒷받침할 재원은 한정돼 있으니 우선순위를 분별력 있게 가리는 일이 꼭 필요하다.

지난 6ㆍ2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가운데 무상급식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해진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취임식과 동시에 관내 모든 초ㆍ중ㆍ고교생에게 늦어도 2013년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지역 교육청별로 학부모ㆍ시민단체ㆍ지방의원 등이 참여하는 `무상급식 추진 자문단`을 구성해 자치구와 소요예산 분담 방안을 협의하고, 안정적인 친환경 식재료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친환경유통센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학교급식은 이 나라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의 신체적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당연히 국가의 기본적 책임에 해당한다. 또 전면적 무상급식을 실행하면 초ㆍ중ㆍ고교생을 둔 많은 가정에서 자녀의 급식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친환경 급식을 통해 자녀 건강까지 정부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다수가 환영하는 눈치다.

그러나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학교 교육에서 무상급식이 이렇게 시급한 현안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학교에는 해결해야 할 선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의 성격이 강한 교육에서 지속적 발전을 위해 우리가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 것인가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으로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학생들을 위해 지금의 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꾸는 것이 옳은지를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 더욱이 과학기술이 크게 변할 미래 사회에서 민주시민의 몫을 제대로 하려면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할지 심각하게 숙고해야 할 때다.

현재 가용재원을 초ㆍ중등교육부터 써야 할지, 아니면 일부를 고등교육으로 돌려 학생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쪽으로 써야 할지는 교육이념이자 철학의 문제라고 치자.

현재 우리나라 초ㆍ중등 교육재정, 즉 정부 부담 공교육비는 200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5%에 비해 결코 모자란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가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금액은 GDP의 0.6%로 OECD 평균인 1.1%의 절반 수준이다. OECD 국가 중에서는 GDP 규모가 워낙 커서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은 일본(0.5%)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따라서 한정된 예산을 배분할 때 초ㆍ중등교육보다는 고등교육에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09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작년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19.8명으로 사상 처음 20명 아래로 떨어졌다. 저출산으로 인해 2000년 402만명에 달했던 초등학생 수가 작년에는 347만명으로 15.9%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2014년 서울의 초등학생 수는 49만여 명으로 지금보다 10만7000여 명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따라서 학생 수 감소로 발생하는 초ㆍ중등 교육재정에서의 여유 예산을 당장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기보다 고등교육 재정으로 돌려 사용한다면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진보성향의 교육이념이 옳다면 오히려 이런 기회에 초ㆍ중등교육 쪽에서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 따로 있다. 그것은 교육을 신화 만들기를 위한 행위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니까 지식을 정의보다는 가치 쪽에 무게를 두고 명예와 명분 쌓기에 매달리는 교육체계를 이렇게 방치해도 좋은지 거듭 고민하면서 초ㆍ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조화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

[강태진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공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