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강태진
강태진 서울대 공과대학장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지난 19일 예정됐던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 발사가 또다시 연기됐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세계 10번째 `스페이스 클럽` 가입국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유보됐다.
이번 발사 연기는 발사체 시스템의 기계적 결함에 의한 것이 아니고 압력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상의 작은 오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우주발사체는 사소한 결함도 발사 실패로 이어지는 많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 무결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분야다.
이번 나로호처럼 로켓 발사 카운트다운 중 발사가 중단되는 사례는 우주 선진국에서도 빈번히 발생한다. 지난 1월에 14번째 발사 성공을 기록한 일본 대형 로켓 `H2A`는 2003년 발사 시 전압변환기의 동작 불안정이 감지되자 발사 직전 카운트다운을 중단한 적이 있다. 또한 2001년 인도의 지구정지궤도위성 발사체인 `GSLV`는 자동제어시스템이 엔진의 오동작을 감지해 발사 1초 전 극적으로 중지됐다. 이 로켓은 2007년에도 발사 15초 전에 갑자기 카운트다운이 중단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항공우주국의 우주왕복선 `엔데버호`가 지난 6월 발사 절차를 진행하던 중 연료를 주입하는 지상 설비에 문제가 생겨 발사를 연기했고 나흘 뒤 재발사를 추진했지만 동일한 문제로 다시 한 번 발사가 취소됐다. 이후에도 엔데버호는 기상조건으로 세 차례 더 연기된 끝에 발사에 성공했다. 나로호는 발사가 일곱 차례 연기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엔데버호처럼 실제 발사 상황에서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나로호 발사를 두고 원천기술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남의 기술을 그대로 가져와 발사 일정이 일곱 차례나 연기되는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정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항공우주기술 분야는 고도의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하지만 엔지니어의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과 예술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로호 발사 중단을 비판적으로 볼 것만이 아니다.
우주발사체의 실제 발사 과정 중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이번처럼 겪어보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독자적으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사체 기립과 연료 주입 등을 포함한 일련의 발사 준비과정과 실제 카운트다운, 그리고 발사 중단에 따른 처리 과정 및 문제점 해결을 위한 원인 분석 등을 통하여 우리는 소중한 기술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번 나로호 발사 중단에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아마도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이라 생각된다. 이제 우주개발의 창구를 넓혀 민간 기업과 대학이 참여하여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은 항공우주기술이 한 학문에 국한된 분야가 아니기에 더욱 절대적이다. 화공, 신소재, 구조공학, 전자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연구를 통해서만 항공우주기술은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깊은 전문성에 기반하지 않은 융합과 통섭은 그 발전에 한계가 있다. 민간 기업과 대학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참여의 장을 넓혀주면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 및 정밀기계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이란 우산 내에서 기초부터 다져야 국제 역학 관계에서도 필요 이상의 주목을 피하면서 우리나라를 우주강국으로 이끌어 갈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