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강태진
강태진 서울공대학장 "경제발전, 최고인재 이공계진학 덕분"
'언발에 오줌누기'식 이공계 대책 비판…노후보장.인식변화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영섭 기자 = "현 시점에서 최고 인재의 이공계로의 진학ㆍ육성은 애국심에 호소할 문제가 전혀 아니며,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강태진(58)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1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지금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장래 희망으로 선호하는 분야들이 어떤 분야들이고, 과연 이 분야들에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자명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학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고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분야들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어떤 분야에도 빠지지 않는 분명한 한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난 30여년 한국에서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공과대학의 그 분야들에 진학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공과대학장을 2007년부터 4년째 연임하고 있는 강 학장은 충남 논산 태생으로 경기고, 서울대 섬유공학과를 거쳐 1983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85년 서울대 공대 조교수로 부임해 한국섬유공학회 학술상(1993), 한국과총 과학기술우수논문상(1997ㆍ2001), 서울대 공대 최우수강의교수상(2004) 등을 수상했으며, 전국공과대학장협의회장, 우수연구센터소장협의회장, 한국과총 이사, 한국연구재단설립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강 학장과의 인터뷰 요지.
--서울공대 세계 20위권 진입 등 학장 보임 이후 주요 성과는.
▲서울대 공대 학장을 맡자마자 2020년까지 서울대 공대를 세계 10위권으로 진입시킨다는 목표로 'Envision2020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공학교육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공과대학 교육 내용을 원점에서 점검하고 재구성했으며, 우수한 교수요원 영입을 위해 신임교수들에 대한 연구정착금을 1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한 글로벌공학교육센터 유치, 해외 대학들과의 복수ㆍ공동학위 수여, 파키스탄 국비 유학생 프로그램 운영, 서울대-도쿄대 공동화상강의, 신입생 영어캠프 확대, 해외 대학 교환학생 파견 등과 같은 실질적인 국제화에도 진력해왔다. 공과대학 학생들이 소속 분야가 아닌 타 공학 분야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간 재배치 사업도 진행 중이다.
--공대를 비롯한 이공계의 위상이 옛날 같지 않은데.
▲정말 답답하고 할 말이 많다. 수년전 1명의 대중예술인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자동차 수천 대를 팔아서 생기는 이익에 버금간다라는 논리로 제조업을 평가절하한 적이 있는데, 수천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며 발생하는 고용효과나 파생산업의 효과를 무시한 비교다. 자동차 수천 대를 생산해 수출하면 수만 가구가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강태진 서울대 공과대학장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대외의존도는 70%를 넘은 지 오래며, 그 상당 부분은 여전히 반도체, 자동차, 선박을 포함한 제조업 산물들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들이다. 이공계 출신들이 바로 그 주역들인 것이다. 지금 인재들이 공과대학을 예전만큼 선호하지 않는 이유를 정말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언발에 오줌누기' 식이 아니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과학기술자들에게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한다면 상황은 순식간에 바뀔 것이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철학, 문화,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무식하다는 말을 듣는데,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현실이다. 과학기술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없이는 기업이나 국가를 경영할 수 없다. 지식은 빌릴 수 있지만 이해는 빌릴 수 없다. 국민과 정부가 현재 상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보다 획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또, 사회의 근원적인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우리 과학기술계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과학기술이 과학기술계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는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초등학교 학생들 중에는 과학에 흥미를 가진 학생이 적지 않다. 과학자나 공학자가 장래 희망인 학생들도 상당하다. 그런데, 이 학생들이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교로 거치면서 어떻게 됩니까?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고, 과학기술 교과목이 지나치게 과학기술자들의 언어와 사고로 구성되고 교육되기 때문이다. 전국민이 보편적으로 알아야 할 과학기술 지식과 장래 이공계 전공자를 위한 과학기술 지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 교육은 합리적인 사고를 길러주기 때문에 사회가 더 합리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서울공대, 나아가 서울대가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 밝혀달라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제시하고 이를 실행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서울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전학문 분야가 균형있게 발전하고 구성원의 다양성이 유지돼야 학문 후속 세대와 국가 경영을 위한 사회 리더의 양산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원과 시설 규모가 확보돼야 한다.
지금은 서울대의 운영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변혁과 발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운영구조의 개선은 학내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조직체계를 확립하고 인사와 예산의 자율성을 확보함으로써 구성원들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법인화는 이를 위한 수단이지 목적일 수 없다. 아울러 서울대의 가치는 국제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더욱 높아질 것이다. 형식적인 국제교류보다는 학점교류와 복수ㆍ공동학위, 대규모 국제공동연구 발굴 및 수행, 세계 초일류 대학과의 교수 겸임과 같은 구체적인 국제협력이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