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진
언론속의 강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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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희망을 말하다…릴레이 인터뷰] 강태진 서울대 공대학장
[국민일보] 인사이트 칼럼 2009.11.29

“어려움 극복한 서울대 학생들 중고생 멘토돼 꿈과 희망 심어”

“아무리 영재교육이 중요하지만 위기 학생들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한다면 개인과 국가에 모두 막대한 손실입니다. 위기 학생들 역시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우리의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길러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좀 더 과감한 예산지원을 해야 합니다.” 강태진 서울대 공대 학장은 평소 경제위기 극복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재 교육과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는 사람이지만 위기 학생들을 돕는 것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공대 학장실에서 그를 만나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 무엇인지 물었다.

-위기 학생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위기 학생 수가 증가할수록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게 됩니다. 반면 한 명의 위기 학생을 구하면 주변 친구와 교사들, 가정, 나아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이 금전적으로 측정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저는 수월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이는 탄탄한 공교육이 뒷받침돼 있을 때만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국가 발전에 필요한 고급두뇌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외계층과 위기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위기에 놓인 학생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각계각층의 따뜻한 배려와 진심 어린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위기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위(Wee) 프로젝트가 올해부터 가동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지난 6월 미국의 흑인 미혼모 노숙인의 딸이 하버드대학에 합격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일이 가능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흔히 우리 사회의 경직성을 얘기할 때 패자부활전이 없다고들 합니다. 위 프로젝트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실패와 좌절을 겪은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합니다. 위기 학생들 역시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우리의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길러야 합니다. 정부는 이 부분에 좀 더 과감한 예산지원을 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대 공대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위기 학생 지원 사업이 있는지.

“서울대는 현재 저소득층 멘토링, 새싹 멘토링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훌륭하게 성장한 서울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이 학생들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고생들의 멘토가 되어 학습을 도와주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공과대학 차원에서는 선배와 후배를 멘토-멘티로 서로 연결해 학업뿐 아니라 진로 고민 등 학교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상담하는 프로그램을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사경고를 받는 등 학업이 부진한 학생들은 교수와 정기적으로 일대일 면담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공대 내 각 학부·학과는 10년 전부터 상담실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워낙 학업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죠. 내년 1월부터는 공과대학 차원의 학생상담센터를 신설해 학생 상담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12월 중 박사학위를 받은 상담전문가를 선발하고 공대생들을 위한 특화된 프로그램을 도입할 겁니다. 이를 통해 위기 학생들을 도와줄 수 있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체계화할 계획입니다.”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위기극복 학생들에게 배려를 할 의향이 있는지.

“물론입니다. 서울대의 경우 지금도 기회균형선발 전형이나 북한이탈주민 또는 농어촌 전형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을 입학사정관이 서류를 면밀히 검토해 선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별 전형으로 입학하는 학생 중 일부는 개인적인 또는 가정적인 문제,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중·고등학생 시절 어려움을 겪은 학생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학생들에게는 맞춤형으로 복지장학금을 제공하고 기숙사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 공대도 자기소개서 검토와 면접과정에서 지원자가 학창 시절 나름대로 겪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를 살펴서 이를 전인적 평가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어려서 겪은 남다른 위기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은 미래에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의 자질과 품성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