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진
언론속의 강태진

언론속의 강태진

[테마진단] 세종시를 도시답게 만들려면
[매일경제] 사설 2009.07.14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해 수도권 명문대학과 외국유명대학 분교등 우수한 고등교육기관유치해야 성공"

이달 초 국회 행정안전위 법안소위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정식 명칭을 `세종특별자치시`로 하고 광역자치단체 수준의 지위를 부여하는 `세종특별자치시법`을 가결하였다. 이와 관련해 각 정파는 다양한 찬반의견들을 내고 있다.

세종시의 성공은 비록 고도의 정치적 배려에서 시작된 사업이지만 집행과정에서는 정치색을 배제하고 미래 지식경제시대를 선도할 문화예술과 과학비즈니스가 융합된 자족 기능을 갖춘 거점도시를 건설하느냐 여부에 달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당초 계획대로 다수의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이 이전한다손 치더라도, 실제 세종시 총면적 중 행정부처가 들어설 면적은 100분의 1도 안 된다. 이주대상 공무원들의 수는 목표 인구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1만2000여 명이고, 이들 관련 공무원의 이주는 정부 분할에 의한 엄청난 국가적 비효율을 초래할 뿐 자족도시로서 필요한 지역경제활성화나 고용을 창출하지 않는다.

중앙정부에 기대지 않는 재정자립도와 도시기능을 갖추려면 현 정부가 기획하고 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 의료관광, 대한민국 대표기업 연구소, 명문대학과 연계된 첨단 벤처산업 등의 유치가 필수적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수한 고등교육기관의 유치가 필요하다. 90여 년 전 호주 내륙의 허허벌판에 건설된 캔버라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자리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호주국립대학이다.

호주국립대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독보적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캔버라에는 공장이 없다. 대신 도심에는 세계 유수 IT기업들의 현지 지사와 정보통신 관련 벤처기업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호주국립대에서 배출한 많은 인재들이 이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전국에서 모여든 우수 인재들이 캔버라에서 공부하고 졸업 후 이 도시에 남아 활동하면서 캔버라는 늘 양질의 인력이 넘쳐나는 도시가 됐다. 국제적 명문대학이 캔버라에 있음으로써 좋은 인재가 유입되고, 기술관련 산업이 발전해 도시의 부를 축적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고등교육기관의 성공적 유치로 인해서 성공을 거둔 예는 일본에서도 찾을 수 있다. 1966년 일본 정부가 수도권 과밀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계획도시 건설의 첫 삽을 뜰 당시, 촌락에 불과했던 쓰쿠바시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 쾌적한 생활환경, 높은 교육 수준과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자랑하는 `일본 과학의 메카`로 거듭났다. 그 중심에 일본 6대 명문대학 중 하나로 노벨상 수상자를 여러 명 배출한 쓰쿠바대학교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슷한 예로 미국의 과학기술경쟁력을 대표하는 실리콘밸리도 그 경쟁력의 원천은 실리콘밸리의 주역들을 배출한 스탠퍼드대학에 두고 있다.

세종시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 행정기능 일부와 유관기관의 이전에만 조바심을 낼 것이 아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서라도 수도권 명문대학의 기능 이전을 추진하고, 외국 유명대학 분교를 유치할 필요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외 대학병원을 포함한 첨단의료, 과학기술, 교육연구도시로서 인근 대덕연구단지와 연계한 과학벨트를 구성할 경우 문화예술과 과학비즈니스가 복합된 거점도시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사업에 기초를 둔 글로벌 지식집약벤처산업 및 의료서비스산업이 망라된 테크노벤처밸리는 문화ㆍ예술환경ㆍ국제적 정주환경이 어우러진 국제적 신도시 조성의 시발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시는 맨땅에서 시작하는 그린필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막연할 수도 있으나 또한 아무런 제약없이 자유로운 발상을 펼칠 수 있기도 한 것이다. 본격적 지방균형발전의 시금석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거대 국책사업이라는 현실적 이유에서 세종시는 반드시 성공하여야 한다.

[강태진 서울대 공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