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진
언론속의 강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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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카’에 자동차산업 미래가 있다
[문화일보] 포럼 2009.05.26

지난주 폐막한 세계 40개 도시(C40) 기후정상회의에서는 저탄소 도시를 실현하기 위해 온실가스의 단계별 감축 목표와 구체적 실행계획이 담긴 서울선언문이 채택됐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수록 전세계 자동차회사들의 그린카 개발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그린카란 기존의 내연기관 대비 효율이 높고 연비가 좋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자동차를 의미한다. 화력발전과 더불어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많은 나라가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자동차회사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자동차시장은 2010년 이후 그린카 도입이 가속화되어 2035년 쯤에는 모든 신규 차량이 그린카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적 그린카 경쟁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일본이다. 도요타는 1997년 최초의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출시한 이후 벌써 3세대 모델까지 진화시켰으며 누적 판매량이 150만대를 넘어섰다. 경쟁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원천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거대 장벽을 넘기 위해 뒤늦게 너도나도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GM은 전기를 주동력원으로 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볼트’를 내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전기 자동차의 한계는 자동차 고유 기술보다 배터리 기술에 의해 제한을 받기 때문에 배터리 기술의 도약 없이는 실용화에 한계가 있다. 반면 유럽 업체들은 클린 디젤엔진이나 디젤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사운을 걸고 있다.

유럽에서는 2012년 이후 신규 등록되는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평균 130g/㎞로 규제한다는 법을 이미 공표했다. 또한 1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층 강화된 자동차 연비(燃費)·온실가스 규제안을 발표했다. 2016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현행 1ℓ당 10.6㎞에서 15.1㎞로 대폭 상향조정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감소시킨 155g/㎞로 규제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산 자동차 가운데 이러한 새로운 연비 규정과 환경 기준을 동시에 만족하는 차종은 없는 반면 일본과 유럽의 하이브리드카와 소형차 중 상당수가 새 연비와 환경 기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한다.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와 경쟁국의 그린카 기술 선점 상황에서 우리 자동차산업의 녹색화는 미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말았다.

비단 환경 규제가 아니더라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우리는 총에너지 소비량이 세계10위권으로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영국과 독일, 일본보다 많다. 이와같은 에너지 다소비형 생활 패턴을 가진 우리는 에너지 저소비형 생활로의 전환을 위해서도 그린카 기술 개발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미래 그린카 기술의 핵심이 될 IT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침체는 혹독한 시련기임에는 틀림없으나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이러한 요소 기술들을 발판으로 삼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호기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연 600만대로 세계 5위 규모이며, 수출액은 500억달러에 이르는 제1위의 수출 품목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가 협력해 그린카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도요타가 지난해 GM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동차회사가 된 것은 10년 전 시작된 불황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신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했기 때문이다. 당장 앞이 캄캄해 보여도, 역사를 되새겨 본다면 갈 길이 분명히 보인다.

[강태진 / 서울대 공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