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강태진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다. 전 세계가 유기적으로 통합돼 경제, 교육, 환경, 과학 등 각 분야에서 글로벌화가 당연한 듯 인식된다. 민족과 국가란 경계를 뛰어넘고 있다. 빛의 속도와 같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정보의 공유, 나날이 증가하는 국가 간 물자 교류, 지구상 어느 곳이라도 하루 만에 날아갈 수 있는 이동수단 확보 등으로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라는 행성의 시공간은 지구촌이라고 불릴 만큼 축소되었다.
학문적인 면에서도 예외 없이 글로벌화가 신속하게 진행되면서 기존 분야 간 경계를 초월해 학문 간 융합과 통섭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문끼리뿐만 아니라 산학, 민관, 그리고 국가 간에도 서로의 벽을 넘나들며 종합적 문제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새롭고 다양한 상황을 맞게 됐다. 이런 시대를 `신르네상스`라고 표현하는 학자도 있다. 따라서 미래 리더들은 글로벌 리더십의 자질과 창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도록 요구된다. `우물 안 개구리`는 구시대적 산물이며,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몇 년 전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에서 시공간적 제약이 없어진 글로벌 경쟁무대를 실감나게 서술했다. 국가란 테두리를 넘어 전 지구적 공동체인 지구촌에 대하여 생각할 만큼 세계 각국, 각 기업, 각 개인들이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동시에 모든 분야의 경쟁이 지구적 규모로 확대ㆍ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좁은 국토와 미미한 부존자원을 가진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가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지식자산`, 즉 새로운 창조적 상상력이 뒷받침된 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지식을 창출하는 것은 사람이며, 지식의 이동과 흐름 또한 사람을 통해서만 제대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적 지식자산 구축을 위해서는 국내외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ㆍ보전하는 데 힘을 기울이는 것이 우리나라가 당면한 중요 과제다.
세계 각국에 존재하는 다양하고 질 좋은 지식을 성공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다양한 지식과 글로벌 경쟁력을 획득하기 위해 해외 석학과 인재를 국내로 영입하려면 우선 외국인이 `살 만한` 나라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법률, 의료, 회계 등 전문 분야에 고급 인재가 포진돼 외부 인재와 승수 효과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해외 석학과 인재들이 우리나라를 선호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강한 의문이 든다. 스위스 기업사이클연구소가 발표한 2007년 국가별 세계화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22개 조사대상국 중 38위를 차지했다. 이것을 세계화지수 하위 항목인 경제, 정치, 사회적 측면 지수로 나누어 평가한 결과를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더욱 여실히 나타난다. 특히 국제관광과 국제우편, 문화적 접근성 등 항목으로 조사한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 측면의 세계화지수는 다른 하위 항목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53위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의 사회적 여건이 외국인들이 생활하기에 적당치 않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곳에 지식은 모이지 않으며, 지식이 모이지 않으면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 처한 국가들은 글로벌 경쟁이 가속되는 세계에서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강력한 지식자산을 갖추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국외의 다양한 인재들이 오고 싶은 `살 만한` 나라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적ㆍ정책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회 전반에 걸쳐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스며든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학문적, 기술적, 경제적 국제 교류의 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의 글로벌 한국이 되고, 글로벌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웃과 함께 잘사는 나라` 그것이 진정 우리가 잘살기 위한 길인 것이다.
[강태진 서울대 공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