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강태진
사회 변화와 공학교육의 진화
한국전쟁 이후 폐허의 상태에서 출발한 우리의 경제는 정부 주도의 중화학 공업과 전자산업의 집중적인 육성 정책에 힘입어 개발도상국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여러 나라에 의해 벤치마킹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년간 급속도로 발전한 우리나라의 IT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 세상은 인터넷의 보편화로 인해 과학기술중심의 사회에서 지식정보중심 사회로 진화되고 있다. 따라서 국민소득 2만 달러, 무역규모 세계 13위인 우리나라도 이름만의 OECD 가 입국에서 진정한 OECD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당한 진입 장벽을 경험하고 있다. 비록 자동차,조선, 반도체, 이동통신 등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국가경쟁력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의 육성이 절실한 상태이다.
최근 아시아를 뛰어넘어 세계로 진출하고 있는 한류문화의 세계화는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IT기술의 밑거름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산업의 육성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지식정보 사회로의 진화가 현실화될수록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추세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인간의 감성을 움직이기 위한 방법으로 첨단의 과학기술이 더욱 필요해진 때문이다. 인간과 감성을 교류하는 로봇, 새로운 개념의 인간 친화적 모바일 기기, 그리고 악기나 비디오아트와 같은 예술품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과학기술이 더욱 필요해진 것이다. 공학은 인류학이나 심리학과 같은 인문사회과학,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품으로 개발되고 이것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여 앞으로도 한국을 먹여 살릴 효자노릇을 할 것이다.
인류는 원시시대의 석기부터 현대인의 이동통신기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구를 만들어왔다. 이는 모두 엔지니어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덕분임을 누구나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공학은 생존의 영역 확대와 생활의 편리를 도모함을 넘어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고 있다. 인터넷의 구글어스와 같은 가상공간을 활용하여 앞으로 여행할 낯선 공간을 사전 답사하거나 한국에서 미국의 부동산 구매를 위해 대상 건물의 정보를 조사하는 일이 사무실에서 이루어진다. 구글스카이는 지구를 향해 보고 있는 카메라(구글어스)를 180도 회전하여 지구대신 우주를 향하게 하자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되었고, 이는 밤하늘의 별자리뿐만 아니라 블랙홀의 흔적까지 확인할 수 있는 갤럭시 투어를 내 안방에서 가능케 한다. 이와 같이 공학은 사람이 상상하던 것을 하나 둘 현실로 구현하고 있다. 천연자원이 부족하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부가가치 창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공학인의 사회기여는 더욱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고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지금 공학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우리 경제구조가 외화부족사태로 야기된 IMF개입과 같은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의 구조조정이 엔지니어 위주로 일어나 엔지니어들의 위상이 약화되는 현상은 고급 공학인력 양성의 큰 장애가 되고 있다. 특히 인력비용이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로 생산시설이 이동함에 따라 일반 이공계 인력의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공계 출신들의 사회적인 기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까지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고급기술 중심의 선진국과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양산 위주의 후발 제조업중심 국가국가적 산업 구조조정이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위기가 닥친 지금이 바로 공학교육을 과감하게 혁신하여야 할 때이다. 현재의 교육은 아직도 획일적인 대량생산을 하던 산업화 시대에 맞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지식기반 산업시대에는 산업체의 기술수요가 다양화되고 공학과 예술의 결합과 같은 융합기술과 금융공학 등 새로운 전문분야의 수요 발생 등으로 인하여 현재의 교육방식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학생들이 미래의 산업현장에서 적응할 수가 없다.
공과대학 졸업생의 직접적인 수요자는 산업체이다. 현재 우리가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일부 산업 분야에서 지니고 있는 경쟁력도 지속적인 기술혁신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따라서 공과대학의 교육목표와 방향은 변화하는 사회와 산업체의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 산업체에서는 공과대학 졸업생이 당장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실무중심의 교육을 이수하고 취업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공과대학이 기초교육을 충실히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응용기술 위주의 교육만 제공한다면 공과대학 졸업생이 급속히 변화하는 기술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부실교육을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산업체와 대학간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교류가 부족하여 산업체의 구체적인 수요와
공과대학 졸업생들의 미래가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공과 대학은 학생들이 튼튼한 학문적 기초를 바탕으로 다양한 학문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 T자형 교육체계를 개발하여야 한다.
기술융합 및 학제적 연구능력과 더불어 앞으로 공과대학 졸업생들의 활약무대가 전 세계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졸업생들의 글로벌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미국은2002년에 20년 이내에 추구해야 할 미래지향적 과학기술로 융합기술을 선정했다. 한편 우리 융합기술은 분야에 따라 상당한 성취를 이룬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제 시작단계에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산업 성장을 주도했던 대량 제조업 중심의 산업형태에서 벗어나 21세기 기술혁신의 원천을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 확충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술융합 분야, 학문분야간 소통 활성화를 통해 글로벌 차원의 연구협력 조직을 만들고 이들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또한 정부는 이러한 미래 사회의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미래형 공학인력 양성을 위해 선도적이며 실험적인 연구교육시설을 공과대학에 구축하고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지식집약형 지도자급 엔지니어를 양성하는데 적극적으로 투자하여야 할 것이다. 산업계는 교육계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밀접한 상호의견 교환을 통해 교육방향의 지속적 보정과 인력양성, 그리고 기술개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할 때만이 성공적인 공학교육 혁신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