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강태진
산업화 이후 지난 20년간 우리사회는 급격히 변화하여 왔으며 과학기술 중심 사회의 대두와 함께 인간의 감성을 중시하는 소위 지식정보화 시대가 되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국가경제력 세계 13위의 나라로서 선진국 대열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와 함께 각광을 받는 분야들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작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인간의 감성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더욱 첨단의 과학기술이 필요해진 것이다 인간과 감성을 교류하는 휴대폰. 모바일 기기 그리고 악기나 예술품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과학기술이 더욱 필요해진 것이다. 공학은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품으로 개발되고 이것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여 앞으로도 한국을 먹여 살릴 효자 노릇을 할 것이다.
인류는 원시시대의 석기부터 현대인의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도구를 만들어 왔다. 이는 모두 엔지니어들에 의한 사회기여 덕분임을 누구나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공학은 생존의 영역확대와 생활의 편리를 도모함을 넘어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고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구글 어스를 치면 두바이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 의 초호화호텔 '아틀란티스' 의 공사진행 상황을 볼 수 있고,금단의 구역 북한의 거리도 들여다 볼 수 있다. 구글스카이는 지구를 향해 보고 있는 카메라(구글어스)를 180도 회전하여 지구대신 우주를 향하게 하자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되었고, 이는 밤하늘의 별자리 뿐만아니라 블랙홀의 흔적까지 확인할 수 있는 갤럭시 투어를 내 안방에서 가능케 한다. 이와 같이 공학은 사람이 상상하던 것을 점차 현실로 구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학인의 사회기여는 더욱 그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천연 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인력이 산업의 중심 역할을 해왔으며 특히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고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지금 공학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최근 10년간 이공계의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공계 출신들의 사회적인 기여에대한 몰이해와 이공계 기피현상까지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사회의 이공계 인력들은 그 자긍심을 상실해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이공계로의 진학에 대한 홍미를 상실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이같은 그림자가 드리운 지금이 바로 공학교육을 과감하게 혁신하여야 할 때이다. 현재의 교육은 기계처럼 일하여 획일적인 대량생산을 하던 시대에 합당하며.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의 시대에는 소비자가 다양하고 전문화되어 현재의 교육방식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아이들은 산업현장에서 적응할 수가 없다.
사람의 좌우뇌가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좌뇌는 언어적ㆍ분석적ㆍ이성적인 기능을, 우뇌는 형태적ㆍ직관적ㆍ종합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한 가지 기능이 지나치게 발달하면 다른 기능이 퇴화되기 쉽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까지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서 무시당해온 우뇌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창의성은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깊은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야 한다. 창의적인 생각을 가능케 실현시키는 것이 바로 좌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진정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과 지식을 토대로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좌우뇌를 균형적으로 발달시켜야 한다.
그리고 공과대학 교육의 직접적인 수요자는 산업체이다. 현재 우리가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일부 산업 분야에서 지니고 있는 경쟁력도 지속적인 기술혁신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따라서 공과대학의 교육목표와 방향은 변화하는 사회와 산업체의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산업체와 대학간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교류가 부족하고, 공학교육은 시대가 요구하는 첨단 산업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시대에 맞는 엔지니어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기술융합 및 학제적 연구 분야에 대한 적극적 참여도 글로벌 환경에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은 2002년에 20년 이내에 추구해야 할 미래지향적 과학기술로 융합과학을 선정했다. 한편 우리 융합기술은 세계최고 기술의 50-80% 수준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산업 성장을 주도했던 대량 제조업 중심의 산업 형태에서 벗어나 이제는 21세기 기술혁신의 원천을 확대하고 지역과 세계 인류의 삶의 질 향상, 과학기술발전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술융합분야, 학문분야간 소통 활성화를 통해 글로벌 차원의 연구협력 조직이 만들어지고 이들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이러한 미래 사회의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미래형 공학인력 양성을 위해 선도적이며 실험적인 Infrastructure를 공과대학에 구축하고 국제표준을 뛰어넘는 지식집약형 지도자급 엔지니어를 양성하는데 적극적으로 투자하여야 할 것이다. 산업계는 교육계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밀접한 상호의견 교환을 통해 교육 방향의 지속적 보정과 인력양성, 그리고 기술개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할 때만이 성공적인 공학교육 혁신으로 미래를 준비 할 수 있다.
[글| 강태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