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진
언론속의 강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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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 나일론, 웨어러블... 패션으로 읽는 공학史
[매일경제, 2016.10.14 ]

아침마다 우리는 무엇을 입을지를 고민한다. 날씨에 따라, 기분에 따라, 오늘 일정에 따라. 패션은 우리의 일상이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인 저자는 우리가 입고 있는 옷, 즉 패션이 공학의 시작이자 공학의 최첨단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섬유의 발견, 나일론의 발명, 웨어러블 시스템 등을 통해 공학이 옷처럼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고대 그리스 신화로부터 시작한다. 여신 아테나와 '베 짜기 시합'을 벌이다 거미로 변하는 벌을 받게 된 아라크네가 첫 주인공이다. 저자는 여기서 왜 하필 아라크네가 거미로 됐는지를 묻는다. 원시인은 가죽과 나뭇잎으로 몸을 가렸고, 구석기시대인들은 가죽을 꿰어 옷을 만들어 입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것을 보고 실을 엮으면 옷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낸다. 공학의 시작이다. 자연의 능력을 모방하려는 바로 '바이오미메틱'이다. 불완전한 인간이 완벽한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공학의 특징이다. 아라크네는 공학적 인간의 메타포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섬유는 산업혁명을 촉발시켜 기술 발전에 혁혁한 업적을 세웠고 사회 전체를 산업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산업혁명을 이끈 증기기관은 사람들을 끌어 모아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이라는 개념을 낳았다. 이러한 공장 중에서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는 것은 섬유공장이었다. 다른 산업이 지엽적이고 부분적인 것이라면 옷은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가장 필수적이고 널리 쓰이는 섬유산업에서 공학기술의 혁명이 싹텄다. 공학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 진화하기도 또 도태되기도 한다.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대중의 욕구에 부합하느냐가 중요하다. 비날론은 다른 합성 섬유보다 인체친화적이고, 부드럽고, 가벼우며 무엇보다 생산이 쉽다. 그러나 축 처진 느낌과 레진 자체의 착색 때문에 선명한 색상 표현이 어렵다는 게 단점이었다. 결국 비날론은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광택을 내는 데 탁월하고 색감이 좋은 나일론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만 했다.

복잡한 수식이나 어려운 공학 개념 대신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우리가 삶 속에서 우리도 모르게 입고 있는 '공학'을 만나보자.

[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