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진
언론속의 강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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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진의 코리아 4.0]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리더
[서울신문] 2017.3.26

   새 정부가 들어서는 올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여는 원년이 돼야 한다. 새 세상을 여는 원동력은 기술 혁신이고, 혁신을 이끄는 힘은 우수한 인재에서 나온다. 이러한 시대에 지도자의 리더십 또한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를 읽어 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많은 젊은 인재들은 책임감이 없고 정직하지 않으며 민주사회의 기본 요체인 시민정신조차 부족한 리더들의 그늘에 가려 오늘도 ‘혼돈에 빠진 청춘’으로 살아간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 중에서도 정치적 리더십을 둘러싼 이상과 현실은 우리가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진정한 리더십은 남녀노소 구분을 초월한다. 가부장적인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역사적으로 정실과 비밀주의로 혼란과 불행을 자초한 것은 대부분 남성 리더의 몫이었다. 남성을 뛰어넘어 세계 정상의 리더십을 발휘한 여성 리더가 이미 여럿이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는 국영 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과감한 정책 추진으로 고질적인 ‘영국병’을 치유하며 최장기 집권했다. 엄격한 자기 관리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리더십의 결과였다. 동독 출신의 앙겔라 메르켈은 여성 과학자로는 첫 번째로 독일의 총리가 됐다. 원리원칙에 충실하면서도 뛰어난 정치 감각과 결단력으로 ‘자유세계의 총리’로 불린다. 그녀는 떠도는 130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독일 품에 안으며 섬세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여성이나 젊은 리더가 반드시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은 최근의 국정 농단 사태를 통해서도 잘 드러났다. 우리만이 아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로 측근들과 은밀하게 소통하며 국가 기밀을 유출한 의혹에 휘말렸고, 아전인수식의 고집으로 추락했다.

   변화에 대한 민주적인 리더십은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흔히 이 둘을 혼동한다. 다르다고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연대감으로부터의 분리’, ‘떨어져 있음’에 대한 두려움이 편견을 키운다. 촛불과 태극기 시위가 서로 ‘틀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심한 국론 분열을 겪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 ‘다름’에 대한 두려움을 깰 수 있는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리더는 시민정신을 먹고살기에 우리 사회가 성숙한 시민의식이 없이는 그런 리더의 출현을 기대할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공화주의는 몸살을 앓고 있다. 리더와 시민 모두 ‘공화’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의 구현이다. 서울대 구민교 교수는 ‘코리아 어젠다 2017’에서 “우리나라의 공화주의는 권력을 함께 나눈다는 데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공평하고, 공변되고, 상대를 높이는 것은 소홀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는 데서부터 민주공화주의의 복원이 시작된다”고 지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지 않으면 약속된 미래는 오지 않는다. 공들여 육성한 인재는 비옥한 땅과 맑은 바다와 같다. 옛것에 얽매이지 않고, 열린 곳으로 과감하게 밀고 들어가는 미래 인재 육성은 빠를수록 좋다. 인성은 어릴 때는 폭을 알 수 없는 미완의 영역이지만, 굳고 나면 바꾸기 어렵다. 생각의 폭은 교육을 통해 넓어진다. 기웃거리지 않는, 진정성을 갖춘 인재가 넘쳐날 때 서로 격렬하게 부딪치더라도 차이를 ‘편견’이 아닌 새로운 ‘융합’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글로벌 마인드로 이분법의 편견을 극복한 서구의 젊은 인재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세계 곳곳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타협과 배려, 공감과 조화의 리더십은 그런 인재 육성을 위한 시대적인 당위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아픔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인재를 키워 낼 국가 지도자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강태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